[시읽기] 시인, 제목, 구절 모음 - 2017년



시를 올린 날짜, 시인의 이름, 제목 순으로 기록하고,

내 마음에 닿았던 구절을 옮겨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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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2 이시영 시인의 그리움

잊혀진 목소리가 살아나는 때가 있다
잊혀진 한 목소리 잊혀진 다른 목소리의 끝을 찾아
목메이게 부르짖다 잦아드는 때가 있다

...

그래도 두고 온 것들은 빛나는가
빛을 뿜으면서 한번은 되살아나는가
우리가 뿌린 소금들 반짝반짝 별빛이 되어
오던 길 환히 비춰주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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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3 유안진 시인의 여유



항상 제 자신을 네댓 걸음 물러서서 바라보는 허깨비의 그림자 같아

도무지 억울함을 모르는 벌판 같은 마음씨

더러 웅덩이가 파이고 강줄기가 할퀴어도

그것이 바로 들판을 키운다는 배포

심지어는 한두 해 먼저 또는 늦게 죽어도 결국엔 마찬가지라고 여기는

오오 차라리 신성한 전율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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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4 이혜미 시인의 옆모습



너를 좋아해서
너를 피해 다닌다

내가 겨우 바라보는 건
너의 옆모습

마음은 곁눈질에서 시작되나 봐

반달의 가려진 반쪽을 바라보듯
너의 나머지 표정을 상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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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5 강신애 시인의 새 표본 전문가의 꿈

어린 시절부터 그토록 만지고 싶어한 것은 실상
새가 아니라
새의 몸을 하늘로 불어날리는
천사의 숨이었던 것

마침내 그는,
박제된 생태계를 찢고 날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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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6 김희업 시인의 오늘 행운은

산을 오를 때보다
산을 내려오는 사람의 발걸음은 더 무거워
계절이 바뀌어도 가슴 철렁하지

오늘 잘한 일은 숲 한가운데 방치해둔 나를 찾지 않은 것
더 잘한 일은 다람쥐를 그냥 돌려보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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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7 진은영 시인의 아름답게 시작되는 시

그것을 생각하는 것은 무익했다
그래서 너는 생각했다 무엇에도 무익하다는 말이
과일 속에 박힌 뼈처럼, 혹은 흰 별처럼
빛났기 때문에

......

나보다 잘 쓰면서
우연히 나를 만나면 선배님 시를 정말 좋아했어요,라고 대접해주는 예절 바른 작가들에게,
빈말이지만, 빈말로 하늘에 무지개가 뜬다는 것은 성경에도 나와 있는 일이니까,
빈말이 아니더라도 '좋아해요'와 '좋아했어요'의 시제가 의미하는 바를 엄밀히 구분할 줄 아는
나는 고학력의 소유자니까
여전히 고마워하면서, 여전히 고마워들 하면서, 그동안 쓴 시들이 소풍날 깡통넥타와 같다는 거

.......

그러다가 나는 문득 시작해놓은 시가 있으며
  
어떤 이야기가,
어떤 인생이,
어떤 시작이
아름답게 시작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쓰러진 흰 나무들 사이를 거닐며 생각해보기 시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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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7 김중일 시인의 키스의 시작

서로의 몸속에 각자 온몸을 다 쏟아붓자 사라진 두사람
눈앞에 남은 건 한주먹의 투명한 적막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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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8 최종천 시인의 졸음

인간의 보편적인 사고는 산성화되었다
게으름은 태우지 말고 피워라
거기서 발생하는 산소를 사고에 섞어라
갈수록 귀해지는
졸음은 맑은 물이다
졸음은 죽음을 희석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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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9 김영산 시인의 두 나무

박수근 나목은 벌거벗은 채 견딘다
집 나갔지만, 문밖
가장들 어깨 구부러져서
겨울 한복판을 무던하게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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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30 김소월 시인의 가는 길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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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31 이영광 시인의 가배얍게

술 깨면 우울한 얼굴 숙이고 피해 다니며
사람 용서하기에 급급한 인생들도
화해하기 바쁜 개똥철학의 나날들도
사실은 조금씩은 가배얍게
가배야우니까 떠서
흘러가는 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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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1 이선영 시인의 비

네가 왔구나
기다리던, 오늘이, 네가 오기로 한, 그날이었구나
우리가 만날 수 있는 날은 쉬이 오지 않았다
네 안의 그렇게나 총총한 빗줄기만큼 많지 않았고
네 안의 긴 긴 빗줄기들보다도 짧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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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2 한용운 시인의 쾌락

님이여 당신은 나를 당신 계신 때처럼 잘 있는 줄로 아십니까
그러면 당신은 나를 아신다고 할 수가 없습니다

.......

나는 당신이 가신 뒤에 이 세상에서 얻기 어려운 쾌락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이따금 실컷 우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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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3 강은교 시인의 가을

기쁨을 따라갔네

작은 오두막이였네

슬픔과 둘이 살고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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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4 안현미 시인의 어떤 삶의 가능성



나는 돌아왔다 돌아와 한동안 무참함을 앓았다 새로운 인생이 막 시작되려는 중이었는데 내겐 거울도 지도도 없었고 그저 눈물뿐이었다 나는 나를 꺼내놓고 나를 벗고 싶었으나 끝내, 나는 나를 벗을 수 없었고 새로운 인생의 막 시작되려는 중이었는데 나는 감히 요절을 생각했으니 죄업은 무거웠으나 경기장 밖 미루나무는 무심으로 푸르렀고 그 무심함을 향해 새떼가 로켓처럼 솟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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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gpt에게 소설로 자기소개문을 쓰라고 하니 아래 문단으로 시작한다. 시작 어둑한 방 안, 책상 위에 놓인 낡은 명리학 책 한 권. 나는 오래전부터 운명이라는 단어에 사로잡혀 있었다. 사람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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