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우문고 한 권이 손에 들렸다. 고등학생이었다. 범우문고는 얇고 가벼웠다. 들고 다니기 좋고, 읽다 덮기도 쉬웠다. 법정이라는 이름도, 무소유라는 말도 그때는 별 무게 없이 들어왔다. 책을 고르는 데 큰 이유는 없었다. 그냥 손에 잡혔고, 그냥 읽었다. 그런데 1년에 한 번씩 떠올랐다. 관습적으로 책을 읽던 시절이었다. 읽어야 하니까 읽고, 고를 때도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은 달랐다. 의식하지 않아도 계절이 바뀔 때쯤 어디선가 떠올랐다. 특히 가을이 오면. 법정은 썼다. 이 가을에 몇 권의 책을 읽겠다고, 술술 읽히는 책 말고 읽다가 자꾸만 덮이는 책을 골라 읽겠다고. 그 구절이 나를 건드렸다. 좋은 책은 거침없이 읽히는 책이지만, 진짜 양서는 읽다가 자꾸 덮..
2026 KBO 4월 29일 KIA-NC 연장전. 김호령 멀티홈런(2·3호) 4타점으로 팀 승리 견인. 박재현 결승타·김도영 10호포 합작 9-4 역전승. 연장 10회, 김호령의 방망이가 두 번째로 울렸다. 한 번은 조용히, 한 번은 크게. 4회, 조용한 첫 방 4회초 1-3으로 끌려가던 상황. 김호령이 구창모의 공을 좌월로 넘겼다. 솔로홈런, 2호. 추격의 시작을 알리는 방망이였다. 조용했다. 중계진도 잠깐 놀란 듯 반응했고, 김호령은 언제나처럼 담담히 베이스를 돌았다. 경기는 쉽게 끝나지 않았다. 5회 한준수·박민이 연속 홈런으로 동점을 만들었고, 6회 NC 실책 속에 다시 역전을 허용했다. 8회 밀어내기 볼넷으로 4-4. 연장으로 흘러갔다. 10회초, 류진욱의 초구 10회초. ..
1회였다. KIA가 먼저 2점을 뽑았다. 잠깐, 오늘은 다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의리가 무너졌다. 폭투, 그리고 김상수의 좌중간 2루타. 2-0이 2-5가 되는 데 한 이닝이면 충분했다. 이의리는 5이닝을 던졌다. 98구. 결과는 5실점. 버텼다고 하기엔 너무 많이 내줬고, 무너졌다고 하기엔 끝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그 애매한 자리가 지금 이의리가 서 있는 곳이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홍민규가 올라와 1실점, 최지민이 1실점, 김건국이 1실점. 오늘 마운드에 올라온 투수는 넷이었고, 실점한 투수도 넷이었다. 단 한 명도 깨끗하게 내려오지 못했다. 불펜이 허약하다는 말이 새삼스럽지 않게 된 날이었다. 타선도 돕지 못했다. 7안타를 쳤지만 득점은 3. 1회 카..
기아는 화요일 경기를 지고 시작한다. 1사 23루에서 김상수에게 기회가 왔다. 3-2 풀카운트에서 떨어지는 공을 김상수가 쳤고 바닥 근처에서 공이 잡혔다. 비디오 판독 끝에 파울이 판정됐다. 여기에서 점수를 내거나 막거나 승부의 전환점이였는데, 유격 뜬공으로 처리되었다 2사 23루에서 오윤석은 .2볼에 고의사구로 출루했고, 타격 가능성이 낮은 한승택과 승부하는데 2-1이 되었다. 다시 바깥쪽 스트라이크를 노리고 한승택이 쳤지만 스트라이크. 다시 투수가 유리한 상황이 되었다. 한주수는 어떤 공을 선택할까. 이번 고비를 넘겨도8회말과 9회말을 넘겨야 한다. 주자를 잡으려다 몸을 다쳤다. 도영이 어떻하지. 김도영이 주자와 부딪쳐서 급소에 통증을 느꼈다. 불운이 계속 찹아온다. 해영이의 승리가 날아갔다. ..
2-2 접전에서 박찬호는 포수를 피해 홈에 태그를 했고, 포수 한준수는 박찬호를 막지 못했다. 찰나의 순간 승부가 바뀌었다. 5회말 2-2였다. 팽팽했다. 박찬호가 달려왔다. 포수를 피해 홈 바깥쪽으로 슬라이딩했다. 한준수의 글러브가 닿았지만 태그가 늦었다. 세이프. 그 한 장면이 경기를 갈랐다. 찰나였다. 0.1초였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야구에서 그 0.1초가 승부를 바꾼다. 2-2가 3-2가 됐고, 분위기가 기울었다. 결국 3-6으로 졌다. 박찬호가 플레이를 잘했다. 뱅뱅 타이밍에 포수의 글러브를 피했다. 9연승은 없었다. 2연패. 위닝시리즈도 놓쳤다. 8연승의 여운이 채 가시기 전에 두 번 연속 졌다. 잠실 원정 3연전을 1승 2패로 마쳤다. 긴 연승이 끝난 뒤에 오는 패..
8회였다. 1사 2루. 김택연의 148km 몸쪽 높은 직구.김도영이 잡아당겼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는 쾌음이었다. 타구는 좌측 담장을 훌쩍 넘었다. 4-2. 이걸로 끝내나 싶었다.끝나지 않았다.8회말 양의지 솔로홈런, 연속안타로 동점. 9회 2사 만루를 만들었지만 김호령이 슬라이더에 헛방망이를 돌렸다. 이닝이 끝났다. 10회 무사 만루. 한준수 삼진, 박민 2루수 플라이, 정현창이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기회를 또 놓쳤다. 그리고 10회말 이유찬의 끝내기 안타. 두산의 시즌 두 번째 안타가 경기를 끝냈다.8연승이 거기서 멈췄다.김도영의 투런홈런은 패배 앞에서 무색해졌다. 김호령의 멀티 2루타도, 9회 삼진 앞에 바랬다. 올러의 6이닝도, 성영탁과 김범수의 투구도 희미해졌다. 무사 만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