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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절판, 초판] 스무살의 마음으로 다시 읽다. : 김연수 - 스무살
    Before 22 2020. 5. 24.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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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수 - 스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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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후기

     

    패트릭 모디아노는 이본을 허용하지 않는 작가로 유명하다. 완성하기 전까지는 단어 하나하나에 신경 쓰지만, 일단 완성하고 나면 그는 더이상 작품에 손대지 않는다. 나 같은 그릇으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경지다. 이런 작가를 만나면 모자를 벗어 경의를 표해야 한다.

    ...

    여기 실린 소설을 쓰던 1994년부터 1997년까지 나는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고 질주하는 듯한 느낌으로 살았다. 전혀 다른, 새로운, 멋진 신세계가 펼쳐지고 있었던 것이다. ... 어떤 컴플렉스도, 죄책감도, 심지어 성찰도 없었다.

    ...

    그렇지만 실물감이 없다는, 가장 치명적인 불안은 남았다. 도무지 가볍고 투명하기만 한 것들뿐이었다. 그 불안은 1997년이 다가기 전에 현실적으로 드러났다. 여기 실린 소설들은 1994년부터 1997년까지 내가 느꼈던 모종의 불안감을 그린 것들이다. 내게는 현실로서 1980년대가 있었고, 그림자로서 1990년대가 있었던 셈이다.

    ...

    각설하고, 최근 내 근황 중 두 가지만 얘기하겠다. 우선 나는 마르크스, 엥겔스 구축 작전을 실행했다. ... 또 한가지는 작년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다는 것. 매일 규칙적으로 달리면서 나는 글 쓰는 일이 무엇인지를 알게 됐다. 항상 연습을 할 때면, 목표를 마라톤 대회에 나가 낙오하지 않고 결승점으로 들어가는 일에 둔다. 하지만 나가 보면 누구나 알게 되지만, 달리기의 목적은 대회에 있지 않다. 대회에서 출발 신호가 울리고 첫 발을 내딛을 때면, '달리기의 목표는 매일 꾸준히 연습하는 그 과정에 있구나'라고 깨닫게 된다. 마라톤 대회는 목표를 이룬 사람들에게 주는 축하 케이크일 뿐이다.

    눈치 빠른 사람들은 벌써 알아차렸겠지만, 마찬가지의 말을 나는 이 소설집에 하고 싶다. 내 목표는 이 소설집에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제 깨닫게 됐다. 당신이 들고 있는 이 소설집은 그저 축하 케이크일 뿐이다. 결승전에 들어가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다들 공짜로 나눠주는 맥주 시음장에 달려가 맥주를 들이킬 때처럼 당신들도 이 케이크를 맛있게 먹었으면 한다.

    ....

    2000년 3월 김연수

    291-294p. 스무살」. 『스무살』, 2000년 초판, 김연수, 문학동네



     



      2000년, 20년 전 이 책을 읽었다. 2015년 10월에 개정판이 나왔지만, 처음 책을 만났던 기억 때문에, 절판된 이 판본이 좋다. 2000년에는 <공야장 도서관 음모사건>과 <스무 살>이 좋았다. 다시 읽으니, <마지막 롤러코스터>도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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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심히 무슨 일을 하든, 아무 일도 하지 않든 스무 살은 곧 지나간다. 스무 살의 하늘과 스무 살의 바람과 스무 살의 눈빛은 우리를 세월 속으로 밀어넣고 저희들끼리만 저만치 등뒤에 남게 되는 것이다. 남몰래 흘리는 눈물보다도 더 빨리 우리의 기억 속에서 마르는 스무 살이 지나가고 나면, 스물한 살이 오는 것이 아니라 스무 살 이후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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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에서 단 한 번 가까워졌다가 멀어지는 별들처럼 스무 살, 제일 가까워졌을 대로부터 다들 지금은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다. 먼 곳에 있는 그들의 안부가 궁금하기도 하다. 이 말 역시 좀 우스운 말이지만, 부디 잘 살기를 바란다. 모두들.

       

      237p. 스무살」. 『스무살』, 2000년 초판, 김연수, 문학동네

     

      머리로 읽기보다 감성으로 책을 읽었을 때가 있었다. 김연수의 <스무살>은 나에게 그런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때 이렇게 20년 뒤에도 살아남아,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는 작가가 될 줄 몰랐다. 꾸준히 작가의 책을 찾아 읽으며, 나도 함께 성장했다. 스무살』,7번국도』모두10년간 개정판이 나오지 않아, 헌책방을 뒤지고, 언제 나오나 기다렸었다. 지금은모두 개정판이 나와 쉽게 구할 수 있다. 

    김연수, 『 스무살 』, 2015년, 문학동네

     

      책에 관한 글을 쓸 때, 김연수의 책을 처음으로 하고 싶었다. 전작주의로 한 때 책을 모두 모으기도 했고, 꾸준히 글 쓰는 작가의 힘을 빌어, 나도 글을 오래 써보고 싶다. 김연수 작가가 번역한 달리기와 존재하기』란 마라톤에 관한 책을 좋아한다. 운동을 시작하면, 그 책에 나오는 챕터대로 행동하며 행동일지를 써보리라 마음 먹기도 했다. 이제 하나씩 시작할 때가 되었다. 

     

    김연수, 스무살, 문학동네, 2000

     

    나주공공도서관에서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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