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책] 만화로 읽는 이혼변호사의 생활 : 최유나 - 우리 이만 헤어져요

 

최유나 - 우리 이만 헤어져요

 

만화로 보는 이혼변호사의 사건들

  이혼변호사를 만나는 일은 쉽지 않다. 아직도 한국은 이혼이 하나의 꼬리표처럼 붙어있다. 이혼이 감기처럼 가볍게 느껴지기엔, 결혼에 무게가 너무 무겁다. 하지만 많은 부부들이 살아가며 수 많은 갈등에 부딪히고, 이혼을 많이 생각한다. 

 친구의 고민을 잘 들어주고, 공감해주던 여고생이 이혼변호사를 맡아 의뢰인의 고민을 듣고, 변호하고, 처리하는 과정을 만화로 볼 수 있다. 글로 다 전하지 못하는 감정과 표현이 만화의 옷을 입고 뚜렸히 드러나 좋았다. 완벽한 변호사가 아니라, 때로는 이혼을 청구하는 변호사와 이혼을 막으려는 변호사로 일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고민들도 나와서 좋았다. 상황과 입장이 바뀌면 변호사 역시 사안에 따라 대응방법이 다를 수 없음이 이혼 변호 소송의 사례를 보다보면 자연스레 알게 된다.

잘 헤어지는 방법

  잘 헤어지는 방법은 없다. 인생은 정답이 있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해답이 있을 뿐이다는 걸 책을 통해 다시 확인했다. 관계의 절단이라는 과정을 통해, 손해배상 소송의 금액을 정하는 과정을 통해 더 마음의 상처를 입기도 하고, 관계를 확실하게 매듭을 맺는 과정이 되기도 한다. 어떻게 하더라도 아이에게 상처는 남지만, 행복하지 않은 부모의 다투는 일상 역시 아이에게 행복이 아님을 생각한다.

  장서 갈등, 시누이, 시어머니, 아이를 낳으면서 생기는 다양한 갈등 상황들은 두 사람이 연애의 마음 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많은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된다. 육아를 공동으로 부담해야 하기에, 그에 맞는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지만, 현장에서는 사람이 빠진 자리를 충원하지 않기에, 둘의 딜레마가 강하게 보인다. 아이를 키우기 힘든 사회는 2020년이 되어가는 데도 여전하다.

  잘 헤어지는 방법은 없지만, 잘 이별하는 방법이 책에 숨어있다. 서로의 양육교섭권을 주장하는 부부들에게 한 달씩 교대로 4달을 각자 지내게 한 후, 가사조사관에게 아이의 안정성을 평가하게 하는 방법도 좋았고, 양육권이 가더라도 면접교섭권을 통해, 아이들은 자신의 부모들 볼 수 있는 과정도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미련이 남아 있으면, 그 이별이 여전히 길게 남아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마지막 미련의 끈이 끝나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다들 부모에게 소중한 자식들이지만, 결혼은 스스로의 짐으로 교섭하고 이야기나누고 싸우고 조율해나가면서 하나씩 맞춰가야 한다.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더 많이 참게되고, 너무 한쪽으로 쏠리면 결국 쌓인 고름이 터져 헤어지게 된다. 적어도 부모님의 영향에 휘둘리는 관계가 나오지 않게, 예비부부 뿐 아니라, 예비부부의 부모님들이 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가장 좋은 건 잦은 행복의 빈도를 만드는 일이지만, 차선은 관계를 어른답게 현명하게 맺는 방법이라는 걸 알았다. 난 잘 하지 못해서, 마음이 아프다.

 

인상깊은 구절들

 

37p.

드라마 속 변호사들은 딱 한 사건만 맡는다.

그런데 현실의 변호사들은 동시에, 적게는 30건 많게는 70-80건씩 사건을 진행한다.

의뢰인과의 소통을 잘 해 나가면서 내가 해야 하는 서면 업무,

상대방 변호사와의 합의 업무,

새로운 건에 대한 상담 업무 들을 해 나가려면 우선순위가 있어야 한다.

따뜻한 위로를 드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똑같은 설명을 여러 번 반복할 시간에

의뢰인의 권리를 위해 판례 한 줄이라도 더 찾아보는 게 낫기도 한다.

★☆

67p.

공포에 떨던 나를 외면하지 않고 나선 그 사장님을 생각한다.

세상을 바꾸는 데 묵묵히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사람들.

그들에게 배우고 또 배운다.

★☆

101p.

결혼도, 이혼도 결국은 자신의 행복을 위한 것임을 잊지 말고

생활에 장식되는 우리의 감정을 가끔 꺼내볼 수 있는

작은 사치라도 부릴 수 있는 나날들이길.

저도. 그리고 여러분도.

★☆

103p.

이제는 안다. 변호사님 결혼했냐는 그 질문은

가정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 소중하고 소중한 것을 내려놓기까지

내가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고 결심을 번복했는지 아느냐는 뜻이라는 것을.

★☆

117p.

소송을 하면서도, 자기 진심은 숨기고 괜한 기 싸움으로 논점을 흐리면서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사람을 많이 만난다.

억울하고 분해서 눈물이 날 것 같더라도 그걸 나쁜 방식으로 표출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현명하게 전달하는 것이

결혼 생활에서나 사회생활에서 얼마나 필요한지 자주 느낀다.

★☆

150p.

상담 잘하기 비법

공감이 먼저다

★☆

예전에 지인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누군가와 싸울 때 지금 이 문제가

'상대와 나의 몸과 마음이

힘들어서 발생한 일인지,

아니면 정말 상대나 나에게 돌이킬 수 없는 큰 잘못이 있어서인지'

따져보면 답이 나온다고.

전자의 경우, 서로의 마음을 번갈아 짚어주면서 소통의 기회를 제공하면

감정의 앙금이 눈녹듯 사라지는 것을 많이 보았다.

★☆

313p

결혼한 이들의 결혼하지 말라는 말은,

결혼하면 불행해질 거라는 뜻이 아니다.

혼자일 때보다 훨씬 더 행복해질 수 있지만,

그 행복을 얻으려면 상상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

그러니까 '각오하라'는 뜻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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