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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쿨앤피스가 고른 밑줄] 외로운 사람끼리 배추적을 먹었다.
    Before 24 2019. 6. 11.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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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민족은 음식재료를 파쇄하는 방법의 차이에서 오는 미각의 차이를 민감하게 캐치했다. 혀와 코와 눈이 그만큼 예민했던 탓이리라. 마늘과 파만 해도 칼로 썰었을 때와 칼등으로 으깼을 때와 손으로 문질렀을 때의 맛이 전혀 다르다. 영양학적으로는 무쇠 칼의 철 성분이 비타민을 파괴한다고 설명하겠지만 옛 어른들의 설명은 달랐다. 쇠를 대면 채소 안에 든 생명력이 달아난다고 이해했기에 조리 과정에서 칼 대는 것을 금기했다. 되도록이면 손을 썼고 손이 안되면 나무나 돌을 썼고 그게 정 안 되는 최후의 순간에만 생명체의 몸레 쇠붙이를 댔다.

    ... 가래떡이든 무든 칼국수든 가늘게 고르게 써는 데엔 선수였던 우리가 정작 한식 조리에서 칼로 써는 공정은 되도록 피했다는 것은 정말 흥미진진하다.

      ..  고추를 손바닥으로 비벼보고 냄새 맡고 마늘을 까고 찧고 오이를 분지르고 가지와 파를 결대로 찢고 늙은 호박 껍질을 닳은 숟가락으로 벗기고 양파와 토마토의 단면을 정신없이 들여다보며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맵고 짜고 달고 쓰고 신맛을 혀끝에 올려놓고 전율할 때 인간은 우주의 본질에 도달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외로운 사람끼리 배추적을 먹었다》, 김려령, 푸른역사

    ☆☆☆☆☆

      좋은 문장은 시각을 넘어 촉각과 청각을 자극한다. 눈에 보이는 풍경을 통해, 잊고 있던 옛 기억을 떠올렸다. 이제는 먹기 힘든 음식들에 배어있는 정성을 읽었다.

      가진 게 별로 없다고 생각했는데, 맛있는 음식을 먹었던 추억이 많았음을 알았다. 경험의 기억이 소중하고 진귀하다.


      LIFE STYLIST COOLNPEACE
      라이프 스타일리스트 쿨앤피스

      명리학과 수비학으로 당신의 고민과 인생의 스타일을 상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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